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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늙는다. 이 말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한 이후로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은 늙고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겠죠.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이죠.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어느 시점엔가 경험했던 추억은 계속 간직하고 있긴 마련입니다. 이런 추억은 각 개인마다 간직하고 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끼리 그 추억의 일부분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즉, 같은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동일한 문화적 지반 위에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같은 세대에서 동일한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젊었을 때 경험한 문화를 계속 찾는 경우가 많고 그 추억을 서로 공유하려 합니다. 이런 행동은 어떤 문화적 현상을 만들게 되는데 추억 찾기 문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른바 '7080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7080 문화는 7, 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가 공유한 문화를 의미하는데 7080 문화 현상은 음악을 중심으로 시작됐습니다. 7080 문화란 단어의 첫 시작은 2004년 1월 KBS1 TV가 설특집으로 마련한 '열린음악회'로 '7080-추억의 그룹사운드'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설특집편이 중년층의 폭발적인 호응과 인기를 끌면서부터 였을 겁니다. 그 이후 '추억의 빅 콘서트 7080 캠퍼스 밴드'라는 제목의 기획 공연이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7080 문화는 7, 80년대 대학 문화를 공유한 중년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됐고 상당히 괜찮은 마케팅 아이템으로도 탄생했습니다. 


2004년 11월부터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콘서트 7080'
배철수씨가 프로그램 사회를 맡고 있으며 7080 뮤지션 뿐만 아니라  한창 활동중인
뮤지션과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도 등장해 그 의미를 더 넓히고 있죠.


7080 문화가 탄생한지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이 현상은 일반화되어 KBS1에서 '콘서트 7080'이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콘서트 7080은 7, 80년대 20대를 보낸 세대를 겨냥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으로 당시의 인기곡과 명곡을 오리지널 가수를 통해 들어보고,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 세상사는 이야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2000년대 들어 인기있는 뮤지션과 자주는 아니지만 소녀시대 등의 아이돌도 출연해 7080 세대와 현 젊은 세대간의 연결 고리 또한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3월 1일 콘서트 7080 이승철편에 출연한 소녀시대
이 날 출연한 소녀시대는 ‘Gee’와 ‘Dear Mom’
두 곡을 부르고 내려갔습니다.


7080 세대를 위한 음악 공연은 TV 밖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며 공연계의 잘 나가는 아이템이 됐습니다. 공연 기획 회사 일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젊은층를 위한 공연보다 중, 장년층을 위한 공연이 장사가 더 잘 된다고 합니다.  또한 어디에서나 7080 라이브 음악 카페 간판들을 볼 수 있으며 요즘 각종 축제에는 7080 문화를 앞세우는 코너가 하나씩 들어가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10월 23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2009 이문세 붉은 노을 콘서트
99,000원이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장년층 팬이 찾아주었습니다.
젊은 관객과 가족 단위 관객도 간혹 보인 이번 이문세 콘서트는
추억 되짚기와 동시에 젊은 문화를 가져오려는 시도도 보였습니다.


7080 문화 현상은 공연, 음악 산업에 일조를 한데 이어 다양한 관련 제품을 내놓는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옙에서 얼마전 내놓은 P3 스페셜 에디션인 'P3 메모리즈'. 7080 노래와 더불어 올드팝, 트로트에 MC몽의 ‘인디언 보이’ 등의 최신가요까지 총 500곡을 수록하고 중년층이 쉽게 쓸 수 있게 UI까지 바꿔서 내놓은 제품입니다. 추억 되짚기가 이제는 전자 제품에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죠.



얼마전 삼성 옙에서 내놓은 P3 스페셜 에디션 'P3 메모리즈'
7080 노래 외에 올드팝, 트로트, 그리고 최신가요 등 500곡이 수록된 제품
중년층에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UI까지 바꿔 내놓았습니다.


7080 문화가 이처럼 크게 성공하고 마케팅 수단으로까지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한 세대의 문화 현상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마케팅 수단이 된 적은 7080 문화만이 아니었지만 X세대, N세대 등 대부분 젊은 층의 문화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7080 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지점이 있기에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첫째, 7, 80년대를 거쳐온 세대는 독재 정권에 대항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전 세대에 비해 7080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직접 찾으려는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둘째, 70년대부터 문화적으로 상당히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으며 저항 문화와 결합된 청년 문화가 탄생했고 외국 음악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이 아닌 한국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던 시대였죠. 이는 주로 포크 음악과 그룹 사운드라는 형태로 일어났습니다. 셋째, 이제 40대에 접어든 7080 세대는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을 때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던 그 이전 세대와는 다른 풍요로움을 가지게 됐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문화 생활을 찾게 됐고 아무래도 현재 젊은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던 그들은 자신이 젊은 시절 누렸던 문화를 추억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이유가 결합되어 현재 7080 문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7080 문화 수요를 감지하고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친 것도 한몫 했을 겁니다.

7080 문화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소비 지향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강하며 '추억 되짚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약발이 다 됐다 싶으면 7080 문화는 조만간 내침을 당할지도 모를 입니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문화는 단지 주어진 것을 받는 것만이 아닌 덧붙임과 변화, 그리고 능동적인 참여가 더해질 때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7080 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7080 세대가 자신의 문화를 계속 향유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무언가 만들어 가고 다른 문화와도 소통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7080 콘서트에 소녀시대가 출연했고 P3 메모리즈에 최신가요가 수록됐다는 사실만으로 7080 세대가 젊은 세대와 소통했다고 보기에는 힘들겠죠. 하지만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지금은 단순한 방식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세대간 소통을 시도하는게 어떤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세대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자연만을 벗삼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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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렘키드

M Cafe l 2009/10/3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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