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있는 음악 프로그램". 이 말은 지난 토요일 올림픽 공원 내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2009 올해의 헬로루키 연말 결선 공동 사회를 맡은 김C가 EBS의 음악 프로그램인 <EBS SPACE 공共감感>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는 이 날 열린 올해의 헬로루키 연말 결선에도 제가 똑같이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BS 스페이스는 대중 스타와 상업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한국 공연문화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EBS에서 마련한 151석 규모의 음악전문 공연장입니다. 2004년 4월 1일 개관 이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국내외의 다양한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쳐왔습니다. EBS 스페이스의 가장 큰 장점은 팝, 락, 포크, 재즈, 클래식, 크로스오버, 블루스, 뉴 에이지, 월드뮤직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EBS 스페이스에서 이뤄지는 공연 실황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2시 10분에 방송되는데 그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EBS SPACE 공共감感>입니다. 들리는 노래만 들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거의 6년 동안 비주류 뮤지션 중심으로 음악 프로그램을 꾸려 온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EBS라는 특수성이 어느 정도 작용하기는 했지만 돈 되는 일 아니면 외면하는 현실에서 6년 동안 버텨온건 쉽지 않을 일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김C의 "뚝심있는 음악 프로그램"이란 멘트는 상당한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EBS 스페이스에서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하는 "헬로 루키" 코너가 5월~11월까지 한 달에 한번씩 진행되고 작년부터 올해의 헬로루키를 뽑는 연말결선 행사가 11월에 열리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국카스텐이 올해의 헬로루키로 선정되고, 장기하와 얼굴들이 인기상을 받으면서 인지도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 2009년에도 찾아온 헬로루키 연말 결선은 김C와 장윤주씨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참가팀은 데이브레이크, 박주원, 아폴로 18, 텔레파시, 좋아서 하는 밴드, 노 리플라이, 흠 총 7팀. 팝, 락, 재즈,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을 하는 팀들이 이번 연말 결선에 참가하여 <EBS 스페이스 공감>의 가장 큰 덕목인 다양함을 살렸습니다. 여기에 2008 헬로루키에서 대상, 특별상, 인기상을 받은 국카스텐, 한음파,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 김수철, 이승환, 피아, 뜨거운 감자 등 유명 뮤지션 또한 초대되서 7천여명의 관객과 함께 무려 5시간 동안 음악 축제의 장을 펼쳤습니다.
'붉은 낙타'를 함께 부른 피아의 보컬 옥요한과 이승환 (중간)
50대임에도 건재함을 보여준 김수철씨 (아래)
헬로루키 연말 결선 참가팀과 초청 뮤지션들이 번갈아 가며 열띤 무대를 보여준 가운데, 이 날 무대의 백미 중 하나는 결선 참가 7팀과 '일곱빛깔 무지개'를 함께 연주하며 등장한 김수철씨. 오십이 넘은 나이지만 나이를 무색케 하는 뛰어난 연주 실력과 무대 장악력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이승환의 공연이 끝난 후 일찍 빠져나간 분들은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를 무대였습니다. "김수철씨가 앞으로 이런 큰 무대에 얼마나 더 설지 모르지만 오늘 공연을 본 분들은 정말 행운이다"라고 말한 김C의 멘트에 100% 공감했죠.
김수철씨의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시상식은 <EBS 스페이스 공감>의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발표된 인기상은 좋아서 하는 밴드가, 특별상은 텔레파시에게 돌아갔고 남은 건 마지막 대상. 전 경연 대회 형식이 그다지 마음에 든 건 아니었지만 이왕 주는 상, 내심 뛰어난 곡과 연주를 선보인준 아폴로 18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폴로 18이 하는 음악은 대중적인 편이 아닙니다. 이를 반증하듯 다른 팀은 무대에서 2곡씩 연주했지만 아폴로 18은 8분에 달하는 대곡인 'Warm' 하나만을 연주하고 내려갔죠. 그래서 이들보다 대중적이면서도 말끔한 연주를 보여준 노 리플라이가 대상을 받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마지막에 호명된 팀은 바로 아폴로 18. <EBS 스페이스 공감>의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대중성만을 쫓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뮤지션을 뒷받침 해 온 <EBS 스페이스 공감>이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날 받은 상금으로 밀린 작업실 임대료를 낼거라는 아폴로 18 멤버의 말에 마음이 다 짠해 지더군요. 그리고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아폴로 18이 앵콜 무대에서 보여준 연주는 올해 본 공연 중 손에 꼽을 정도의 큰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입장 과정도 순탄치 못했고, 공연장 내 사운드 세팅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며, 헬로 루키 연말 결선이 꼭 경연 대회 형식을 취해야 할까라는 의문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과 뮤지션을 계속 지지해 온 <EBS 스페이스 공감>의 뚝심은 이런 몇 가지 불만은 쉽게 던져버리게 했습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리기도 하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5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을 즐겁고 신나게 놀아준 관객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 EBS 스페이스 홈페이지
http://www.ebs-spac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