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에게 이어폰이란
삼성에게 사실 이어폰은 그닥 중요한 제품은 아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삼성에게 음향 가전은 중요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은 메모리나 LCD와 같은 부품이 더 중요시되었고, 흑색 가전도 TV나 비디오, DVD 와 같은 것이 더 우선 되었다. 물론 마이마이와 같은 휴대용 음향기기나 르네상스, 엠퍼러와 같은 오디오를 만들기도 했지만, 사실 국내시장에서조차 당시 일본 가전업계에게 밀린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부분이 역전(?) 된 것은 역시나 MP3P 라는 휴대용 음향기기 덕일 것이다. 모터나 각종 기계부품이 아니라 표준화된 반도체 부품에 프로그램을 뒤집어씌우는 일이었고, 정밀 기계부품을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배치하는가가 중요했고 그런 것에 익숙한 일본 가전업계는 천천히 몰락했고, 삼성과 같은 회사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어폰과 같은 디바이스들도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MP3P의 색깔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나 번들 이어폰이고, MP3P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이런 쪽의 비중이 그닥 높다고 할 수 없는 삼성 역시 MP3P를 개발하면서 이어폰 개발에 뛰어들고 EP-1, EP-360, EP-450 과 같은 재미있는 이어폰들을 내놓았다. (마치 소니가 워크맨 사업에 열중할 때 이어폰 개발에 뛰어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직 삼성에게는 이어폰이 중요한 사업이 되긴 어렵다. 일단 팔리는 숫자가 작고, 수익률도 그렇게 높지 않고, 특정 전문 메이커 외에는 그 닥 삼성이라는 메이커가 인지도가 높은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결국 번들용 이어폰을 내놓으니 리테일 시장에서도 팔아보자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자본 규모나 테스트 시설을 생각하면(삼성의 음향기기 Lab은 시설 면 규모 면에서 대단하다고 한다... 물론 거기서 만드는 게 TV용 스피커지만 -_-;) 절대 허투루 만든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삼성의 최고가(?) 이어폰이 이 YA-EH600이다. 과연 어느 정도 성능과 능력을 보일지 기대해보자.
2. 커널 타입의 플래그 쉽(?)
일단 삼성의 YA-EH600은 커널 타입이다. 그것도 다이나믹 유닛 방식의 커널로 소니의 EX-700이나 EX-500을 생각나게 한다.(물론 생긴 모습만 보면 EX-90 느낌이 더 난다) 일단 삼성이 밝히고 있는 바는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커널 타입들은 대체로 밀폐형인데 비해서 이 제품은 커널 방식인 동시에 오픈형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커널 타입의 제품들은 밸런스드 아마츄어 유닛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용이 고가라는 점 외에도 음의 에너지 감이라는 면에서 약하기 때문에 소니 같은 메이커는 계속 다이나믹형 커널을 고집하고 있는 점도 있고, 기존 이어폰과 동일한 진동판이나 유닛을 사용할 수도 있으니 삼성 역시나 커널 타입을 만들면서 다이나믹 타입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현재 EH600은 다나와 최저가 44,000~51,000원 정도로 소니의 중상급기 정도의 가격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EP-1과 같은 제품이 없는 이상 여러 면에서 삼성의 플래그 쉽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 마감이 훌륭하다.
엉키지 않는다는 직조 케이블은 일단 상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케이블 재질도 길이도 그리고 형상도 맘에 드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고급스럽게 메탈 재질을 활용했으면 하지만 하이그로시로 만들어진 유닛 부분이나 이어 덕트 부분이나 커널 유닛 부분의 금속 망의 느낌이나 재질감이 가격을 생각해도 상당히 좋다.
다만 Y케이블 부분이나 마지막의 플러그 단자부는 고무로 성형한 부분의 마감이 아쉽다. 가격을 생각하면 용납 못할 부분은 아니지만 눈에 딱 띈다는 것이 문제일까?
그 외에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폰팁이나 파우치도 주고 있지만 이 쪽의 품질은 그리 좋다고 보긴 어렵다. 다른 기종인 EP-500과 동일한 파우치를 주고 있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인 것이 결국 타 기종과 등급 간의 분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니깐...
전체적인 품질은 상당한 편으로 포장을 더 강화하면 소니의 EX700이나 슈어 같은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팔아도 될 듯이란 느낌이 들 정도이다.
3. 음악 감상
뭐라고 하건 일단 이어폰은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아닌 경우도 있지만...) 특히 이 EH600의 경우에는 포장 박스에 떡 하니 Hi-Fi라는 멋진 문구가 적혀 있는 만큼 음질에 신경을 얼마나 썼는지가 궁금했다.
일단 언제나 나의 첫 번째 재생 곡은 이상은의 공무도하가이다. 이 곡을 테스트용으로 쓰는 이유는 일단 저역 재생과 중역 여성 보컬의 이미지를 알기 위해서인데, 일단 여성 보컬 재생에서는 뭐랄까 약간 소리가 마스킹 된 느낌이 들었다. 보컬 소리보다는 옆의 타악기들이나 연주음들이 더 주목받는 느낌이랄까?
약간 두텁고 끈적끈적한 소리가 나는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앞으로 나 있는 에어덕트 부분에서 저역이 배음이 중 고역대를 조금 가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역은 확실히 다 나오고 반응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반응하지만, 타격감이나 에너지감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다이나믹 타입과 같은 느낌은 들지 않고, 왠지 모르게 간접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피아노의 재생음을 위해서 자주 사용하는 노영심의 학교가는 길을 들어보면.... 상당히 놀라울 정도로 재생이 또렷하고 위에서 들었던 마스킹 현상은 온데간데없이 맑은 피아노 재생음이 흘러나온다.
사실 보통 중역대 여성 보컬 이미지가 피아노 소리나 첼로와 같은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음반의 재생음의 느낌을 좌우했던 것이 보통인데, 조금 그런 경향성을 벗어나서 상당히 놀랐는데, 제작사의 말처럼 클래식에 탁월하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닌 듯 하다. 요요마나 카잘스의 바하 첼로 연습곡 1번을 들어보면 약간 저역대에 착색이 있는 듯 하지만 정위감도 재생음의 퀄리티도 모두 훌륭하다.
분리도를 볼 때 자주 사용하는 곤치치의 방과후의 음악실을 들어보면, 상당히 넓은 스테이지감과 잘 분리되는 음을 느낄 수 있는데, 재생음의 밀도감이나 섬세함 모두가 훌륭하다. 하지만 저 독특한 기름끼(?)가 문제가 되는 것이 방과후의 음악실의 경우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는 곡인데, 전체적으로 밝고 두근거림이 있는 곡으로 변하게 된다.
락 발라드의 에반에센스의 my immortal을 들어보자.
역시나 여성 보컬의 이미지가 그렇게 강하게 오질 않는다. 더군다나 역시나 약간의 착색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음이 착해진(?)이미지가 강한데, 이런 약간 어두운 성향의 곡에는 맞는 않는가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남성 보컬의 곡들에 대해서는 모두 상당한 느낌을 준다. 라르크엔시엘의 SHINE나 Daybreak's Bell의 경우에 이 자식들 목소리가 이렇게 괜찮았냐?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남성 보컬의 목소리가 살아 있다.
히사이시 죠의 라이브 앨범인 Work2를 들으면 전체적인 음 표현력에 상당히 놀라게 되는데, 깊은 저역과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해상력에 생각보다 넓은 스테이지 감까지 느껴진다. 대편성에는 상당한 느낌을 주는데, BBC의 교향악단에서 배포한 베토벤 교항곡 9번을 들을 때, 보통 이 가격대 이어폰에서 들리는 뭉치는 소리나 전체적으로 혼란스런 느낌이 없다.
음악적인 부분은 클래식이나 어쿠스틱에 이거다 할 정도로 어울리는 편으로, 해상력, 스테이지감, 반응, 저역의 깊이나 고역 표현까지 모두 뛰어나다. 이 것이 5만원대 제품인가 의문이 될 정도이다. 비교급으로 소니 EX700을 지인에게 빌려서 같이 들어봐도 거의 밀리는 느낌이 아니다. 이건 다른 취향의 소리라고 할 수 있을까?
무론 그렇다고 약점이 없지는 않다.
특히 락이나 국악을 들을 때, 저역 특히 북이나 드럼의 에너지감이 약한 편인데, 저역은 분명히 잘 나오는데, 주먹으로 귀를 때리는 느낌이 아닌 손바닥으로 때리는 느낌이다. 일부러 디스토션이나 클리핑까지 이펙터로 만들어서 음악을 만드는 락을 들을 때는 부족한 에너지 감에 많이 실망을 할지 모른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중역대의 착색으로 여성 보컬이 죽는 느낌이나 음의 전체적인 기름끼의 경우에 맑고 투명한 곡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족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4. 단 하나의 불만족 패키지
이 가격으로 진짜 이 음질이 대단해 할 수 있지만, 이 제품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패키지 문제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적인 패키지가 많이 부실한 편이다.
파우치나 폰 팁의 포장도 그냥 비닐에 밀봉되어 있을 뿐이고, 파우치는 다른 기종인 EP500이랑 그냥 같은 제품이다. 물론 5만원이라는 가격 생각하면 납득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많이 아쉽다. 사실 음질이 보통 수준이라면 그냥 그럭저럭 넘어갈 문제인데, 음질이 상당히 좋다보니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예전 같으면 음질만 좋으면 끝이야라는 입장으로 접근했겠지만, 사실 지금 이어폰 시장은 아주 저가형이거나 아니면 상당한 고가 제품으로 양극화가 진행 중인 점도 있고, 사실 제품의 가치라는 것이 음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특히 어떤 제품을 가졌을 때, 이거다 싶은 만족감을 주는 것은 패키지나 만듦새이고, 애플이나 보스와 같은 메이커가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도 실제적으로 음질적인 부분보다 패키징인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이 제품은 대단하다.
실제 소니 EX700 과 같은 제품과 비교를 해도 뒤지지 않는데도(물론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소리 특색이지만) 가격은 5만원 초반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상당히 개성이 있고, 제품 자체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진 않은 편이다.
살려면 두 개는 사라고 하긴 어렵지만 돈 써서 후회는 안 할 제품이다. 그리고 적어도 우리나라 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제품이기도 하다. 이전 EP-1이나 이런 제품을 보면 삼성의 새로운 이어폰이 정말로 기대가 된다.